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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는 라디오헤드의 꿈을 꾸는가

: Supercar - <Futurama>

- Released :  2000. 11. 22.
- Genres : Alternative Rock, Electronic, Shoegaze


 각 음악 씬에는 그 씬을 대표하는 선구자격 아티스트들이 있다. 가까운 예시로 우리나라의 홍대 인디씬에서는 언니네이발관과 델리스파이스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Flipper's Guitar를 대표로 하는 시부야계 (Sibuya-kei)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점은 K-Pop 혹은 홍대 인디 특유의 모던락 기조가 고정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 음악 시장은 시부야계 외에도 -그 크기 때문이던 갈라파고스화라고 부르는 괴상한 이유 때문이던 간에- 그들 나름의 다양한 음악적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독특한 음악 생태계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슈게이즈 씬이다. 슈게이즈는 90년대 초 My Bloody Valentine, Ride, Slowdive 이 세 밴드가 만들어낸 신기루와 같은 한 줌의 인기 하나로, 온갖 자기 복제와 매너리즘을 반복한 끝에 -애초에 주류로 올라온 적도 없었지만- 한순간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일본에서는 이 장르가 굳건한 지지층을 가지고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으니, 당연히 이 마이너한 씬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어느정도 눈치챘겠지만, 그 특이한 일본 슈게이즈 씬의 선구자이자 원동력이 바로, 이번 리뷰에서 다룰 Supercar라는 밴드와 그들의 3집 <Futurama>이다.

 

 우선 Supercar는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결성된 밴드로, 일본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일본 록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굵직한 커리어를 남긴 밴드이다. 이 전설과도 같은 밴드의 시작은 1995년 Furukawa Miki가 낸 밴드 구인 광고를 보고 합류한 Ishiwatari Junji가 나머지 빈자리에 자신의 친구인 Nakamura Koji, Tazawa Kodai를 데려오면서 시작되었다. 데뷔 초기 Supercar는 Ride를 연상시키는 청량하고 캐치한 기타팝 / 슈게이즈를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기타 중심의 록의 구성에서 탈피해 일렉트로닉으로 전환하면서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밴드이기도 하다. 이들의 배경을 좀 더 살펴보면, 1998년도에 발매한 데뷔앨범 <Three Out Change!!>는 아오모리현 촌구석 밴드라는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게 오리콘 차트 20위에 오르면서 Supercar를 순식간에 일본 정상급 밴드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데뷔앨범 <Three Out Change!!>는 냉정하게 음악적으로는, 영미권의 인디록 사운드를 그대로 수입해서 가사만 일본어로 바꾼 서양 인디록 / 기타팝의 카피캣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Three Out Change!!>가 발매된 당시의 세기말 일본 록 씬은,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한 Mr. Children, Spitz를 필두로 Sunny Day Service, Number Girl, Quruli 등 쟁쟁한 밴드들이 서로 충돌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르의 특성상 Supercar의 음악은 캐치함을 잃는 그 순간부터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Supercar는 '원히트원더'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내야 했다.

 

Supercar의 디스코그래피

 그 결과 Supercar는 바로 다음 해인 1999년 2집 <Jump UP>을 시작으로 일종의 B-Side 앨범인 <OOKeah!!>와 <OOYeah!!> 까지, 그 해에만 3개의 앨범을 연속으로 찍어내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혼란의 세기말을 지나 맞이한 2000년, Supercar는 2집 <Jump UP>의 사운드를 발전시킨 3집 <Futurama>를 발매하며 방향성에 대한 해답을 내놓게 된다. 그렇게 발매된 <Futurama>는 슬슬 단물이 빠져가던 일본 인디 / 얼터너티브 씬에 보란 듯이 한방을 먹이며 록의 문법에 일렉트로닉을 더한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선보이게 된다. 그렇게 Supercar가 <Futurama>를 통해 내놓은 일본 얼터너티브에 대한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해답은, 이후 일본 록의 다변화에 대한 주요한 동기로써 자리하게 된다. 정말 공교롭게도 불과 1달 전, 영국에서 Radiohead가 <Kid A>로 전 세계 록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흔들어 버렸듯이 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Supercar는 다소 과도기적이었던 <Futurama>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욱 가다듬어 2년 뒤인 2002년, 4집 <Highvision>을 발매하며 마침내 Supercar만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완성해 낸다. 그 노력에 걸맞게 <Highvision>은 오리콘 차트 11위의 커리어하이와 함께 롤링스톤 재팬 선정 '일본 100대 록 앨범' 86위에 이름을 새기며 평단과 대중들을 모두 사로잡게 된다.

 

 앞서 살짝 언급했듯이 Supercar의 이러한 음악적인 도전과 변화는 놀랍게도 Radiohead의 행보와 상당히 닮아있다. 특히, 두 밴드 모두 록에서 일렉트로닉으로 전환했다는 점과, 어떤 하나의 틀에 갇혀있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적 변화와 성장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밴드의 디스코그래피는, 대중적이고 친숙한 앨범 <Three Out Change!!> / <The Bends> - 도전적이지만 기존의 틀은 유지한 앨범 <Jump UP> / <OK Computer> - 급격한 전환 <Futurama> / <Kid A> - 음악적 완성 <Highvision> / <In Rainbows>으로 이어지는 공통된 하나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Radiohead와 같이 Supercar가 남긴 이 도전적인 디스코그래피의 유산은, 직접적인 장르적 연관성을 가진 일본 슈게이즈 씬뿐만 아니라 일본의 록 씬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일본 음악 시장의 다변화를 이끌어내는 자양분이 되었다.

 

Supercar - 'Playstar Vista'

 이처럼 Supercar의 디스코그래피는 모두 훌륭하지만, 그들의 기념비적인 명반은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 때문에- <Highvision>이나 <Three Out Change!!>가 많이 언급된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지도와는 별개로 Supercar 뿐만 아니라 일본 록 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된 앨범은 바로, 3집 <Futurama>일 것이다. 이 <Futurama>의 성공 덕분에 Supercar는 이후 평단을 휩쓸게 되는 4집 <Highvision>을 발매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고, 비슷한 시기 Radiohead의 <Kid A>로 부터 촉발된 격변의 태풍 속에서 살짝 벗어나있던 일본 록 씬도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전체적으로 Supercar의 3집 <Futurama>는 그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사운드의 중심에는 1집부터 꾸준히 발전시켜 온 캐치하면서도 몽환적인 슈게이즈 사운드 위에, 삑삑거리는 신스와 프로그래밍된 비트가 더해진, 록-일렉트로닉 융합에 대한 Supercar의 고뇌가 담긴 과도기적인 사운드가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앨범의 오프닝인 'Change'부터 Supercar는 1,2집에서 보여주었던 기타 기반의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아닌 테크노를 선택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감상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함과 동시에- 그들이 더 이상 록이라는 장르 안에 갇혀있는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2번 트랙 'Playstar Vista'에서는 오프닝과는 달리 기타와 드럼 위에 디지털 사운드를 올린 곡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음악적 지향점 -록과 일렉트로닉의 결합-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특히 'Playstar Vista' 후반부를 장식하는 삑삑 거리는 신스와 밴드 사운드의 조화는 곡의 하이라이트로서도, Supercar의 장르적 변신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기에도 손색없는 환상적인 파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두 개의 트랙, 'Baby Once More'과 'White Surf Style 5.'는 서로 상반되는 스타일의 곡이다. 'Baby Once More'은 느릿느릿한 템포와 함께 신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곡인 반면, 'White Surf Style 5.'는 빠른 템포를 기반으로 바닥에 깔린 노이즈와 기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곡이다. 재밌는 점은, 여기서 Supercar의 음악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앞선 'Playstar Vista'를 통해 두 장르의 통합을 보여주고 난 뒤, 바로 이어서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개의 트랙을 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장르의 융합뿐만 아니라 각각의 단일 장르로도 음악적 한계가 없음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Futurama>의 초반부는 Supercar의 장르적 도전과 음악적 역량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목표였다면 앨범의 중반부는 잠깐 숨을 고르며 앨범 후반부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빌드업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Futurama>의 중반부에서 가장 인상 깊은 트랙은 6번 트랙 'Flava'와 8번 트랙 'Easy Way Out'인데, 두 트랙 모두 Nakamura Koji의 나른한 보컬을 적절하게 활용한 점이 인상 깊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Easy Way Out'은 <Futurama> 내에서 가장 데뷔 초(1집)의 스타일과 비슷한 곡으로써,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중반부를 환기할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트랙이다. 'Easy Way Out'과 함께 앨범의 중반부를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Futurama>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하게 된다. 그 첫 시작을 알리는 곡은 10번 트랙 'Karma'로 프로그래밍된 비트 위에 기타와 보컬이 하나둘씩 올라타면서 서서히 고조되는 곡 전개가 상당히 인상 깊은 곡이다. 특히 'Karma'의 마지막은 바로 다음 트랙인 'FAIRWAY'의 시작과 물 흐르듯이 연결되면서 감상에서의 매끄러운 전환과 앨범 절정의 짜릿한 쾌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놀라운 도입부와 함께 시작된 'Fairway'는 완벽하게 설계된 캐치하면서도 퍼지한 기타와 미래지향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합을 기반으로, 앞선 트랙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았던 Furukawa Miki의 보컬까지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강렬한 하이라이트 뒤에 이어지는 'ReSTARTER'는 앞선 'FAIRWAY'의 에너지를 유지함과 동시에 서서히 그 템포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이 트랙은 앨범의 하이라이트와 후반부를 이어주는 훌륭한 가교처럼 작용하여, 13번 트랙 'A.O.S.A'의 차분한 드럼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Futurama>의 후반부는 차분한 템포의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14번 트랙 'New Young City'와 마지막트랙 'I'm Nothing'을 통해 상실감과 무의미함에 대한 감정을 전달하며 마무리된다.

 

Supercar - 'FAIRWAY'

 이렇게 <Futurama>를 통해 드러난 Supercar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치밀한 음악적 완성도는 후대의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지난번에 리뷰한 For Tracy Hyde는, 그들의 3집 앨범 제목을 바로 이 <Futurama>의 14번 트랙 'New Young City'로부터 따와서 지었을 정도로 Supercar가 남긴 음악적 유산에 대한 존경을 보였고, 비슷한 드림팝 밴드인 Balloon at Dawn 역시 그들의 음악 스타일에 있어서 Supercar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Futurama>라는 앨범의 의의는, 한정된 장르의 틀에 갇힌 채 그저 세기말을 보내고 있었던 일본 록 씬 전반에 과감한 장르적 실험정신을 심어줌으로써 기성음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나간 과거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긴 하지만, 만약 Supercar가 일본이 아닌 영국이나 미국에서 시작했다면, 어쩌면 지금쯤 세계적으로 Radiohead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상을 가지는 아티스트로 남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미련이 남기도 한다.

 

비슷한 듯 다르게, 새로운 음악의 미래를 꿈꾸었던 Supercar의 짧았던 질주가 유독 아쉬울 뿐이다.

 

Supercar - <Futurama>


<Track List>

1. Changes ★
2. Playstar Vista ★
3. Baby Once More 
4. White Surf Style 5.
5. Star Fall
6. Flava
7. SHIBUYA Morning
8. Easy Way Out ★
9. Everybody On News
10. Karma ★
11. FAIRWAY★
12. ReSTARTER
13. A.O.S.A. ★
14. New Young City ★
15. Blue Subrhyme
16. I'm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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