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슈게이즈를 찾아서: 태동기부터 오늘날까지 진짜들만 찾아 듣던 시절을 지나 어느새 마이너들의 왕이 되어버린 일본 슈게이즈. 두터운 소음과 이펙터를 앞세워 사운드를 철저하게 뭉개는 정공법과 달리, 보다 선명한 멜로디 라인과 슈게이즈 티만 내는듯한 옅은 잔향은 일본 슈게이즈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특이성이 너무 돋보이는 나머지, 다른 매력 요소들이 쉽게 간과되곤 한다. 게다가 바로 옆 동네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접할 수 있는 정보들도 적다 보니 어디서부터 들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일본 슈게이즈가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자리 잡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파헤쳐보자.1. ライド歌謡, 기타의 본질을 향하여 Blue Hearts의 펑크 록과 Loudness..
비정상성을 향한 부활의 드리프트: The Strokes - - Released : 2020.04.10.- Genres : Post-Punk Revival, New Wave 비정상성은 언제나 정상성으로 회귀한다. 불꽃같은 상승도, 끝없는 추락도 결국에는 반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상화로 찾아온 그러한 평온마저도 마냥 해피엔딩인 것만은 아니다. 지루한 안정의 관성은 남모를 반발심을 키우고, 변화 없는 패러다임은 곧 매너리즘을 낳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조로움 속에서 지난날을 반추하고 한편으로는 꺾여버린 광란의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새로운 비정상성의 탄생을 남몰래 고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중음악에서도 기존 체제의 붕괴와 개성의 상실, 패러다임의 교체는 꾸준히 반복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
INTERSPEECH는 8월 중순에 열려서 지금은 딱히 볼만한 논문도 없고, 블로그의 균형도 지켜야 하니 오랜만에 음악 이야기나 해봅시다. 가뭄에 콩 나듯 쓰는 음악글이지만 의외로 이 블로그 트래픽의 50%는 일본 슈게이즈 가이드가 차지합니다. 그리고 30% 정도는 CV 분야의 EDM 리뷰가 차지하니 역시 그들만의 리그다운 음성 AI 관심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날씨에 무슨 시끄럽고 노이즈 윙윙 거리는 음악을 듣냐고 하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슈게이즈는 지극히 멜로디 지향적인 장르입니다. 모더니즘을 따라 소음 그 자체에 본질을 두고 누가 더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나 대결을 펼치는 인더스트리얼/노이즈 계열과는 달리, 슈게이즈는 단순히 선율의 몽환을 구체화하는 '수단'으로써 소..
쌓아온 기억들의 총화: 여자친구 - - Released : 2025.01.13.- Genres : K-Pop 사랑은 매개체가 필요하다. 절대 혼자서는 완성되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비로소 활활 타오르기 위해서는 그 두터운 장작을 불태울 발화점이 필요한 법이다. 혹여 누군가는 짝사랑을 이야기하겠지만, 그마저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연발화하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미묘한 찰나가 쌓여 하루의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은 그동안 쌓인 기억들을 불태울 명백한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 5년 만에 컴백한 여자친구의 신보 역시, 지난 공백기 동안 쌓여온 애틋함을 불태울 매개체로써 자연스럽게 '기억'을 택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그들의 데뷔작인 를 연상시키는 듯한 (이하 )라는 신보 제목에서부터 적나라하게..
서투른 갈망으로 바라본 네버랜드의 출구 : 파란노을 - - Released : 2021.02.23. - Genres : Shoegaze, Emo, Post-Hardcore 회피는 두려움의 방어기제이다. 불안정한 결과와 추정된 실패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기에, 우리의 본능은 미숙함을 핑계로 회피로써 응답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두번의 패배라면 충분히 도망갈 곳이 있겠지만, 거듭된 실패 앞에서는 전혀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모든 회피와 불안의 종착지는 오직 자신만이 닿을 수 있는 완전무결의 네버랜드에 위치한다. 그 네버랜드가 조그만 방구석이든, 추억의 저편이든, 무엇이든 간에, 적어도 그곳에서 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무사할 테니 말이다. 모두가 바뀌어 갈 때 영원할 나의 영토여 세상이 나를 등지..
어쨌거나 살아가야 할 모든 청춘들의 날씨: 쏜애플 - - Released : 2014.06.12.- Genres : Indie Rock, Alternative Rock 맑고 청명한 봄가을 날씨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 덕분에(?) 이제는 그런 계절에 맞는 적당한 날씨를 찾는 것도 어려워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나름대로 그 이상한 날씨도 이겨낼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의 목표는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일 테니 말이다. 사계절 중에서도 봄이 가지고 있는 계절감은 확고하다. 넘쳐흐르는 푸른 생명력과 맑은 하늘의 순수함은 봄이 대표하는 그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이다. 그렇기에 '청춘'을 단순히 'Youth'로 대치하기에 아쉬운 이유도, 이러한 봄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