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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청춘의 빛바랜 폴라로이드
: For Tracy Hyde - <he(r)art>
- Released : 2017. 11. 02.
- Genres : Shoegaze, Dream Pop, J-Rock
君に東京が聞こえる
너에게 도쿄가 들린다
For Tracy Hyde가 2017년에 발매한 두 번째 앨범, <he(r)art>의 앨범아트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신스 기반의 캐치한 드림팝 사운드를 바탕으로 앨범아트처럼 핑크색 네온사인이 비추는 도쿄를 그려낸 이 앨범은, 1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일본 슈게이즈 씬을 언급할 때 빠지면 섭섭한 앨범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큼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라, 이번 기회에 애정을 가득 담아 이 매력적인 앨범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보통 For Tracy Hyde (이하 FTH)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Supercar로 시작해 작사/작곡을 맡고 있는 夏bot (Natsubot)의 음악세계로 끝나는 그들의 장르적 방향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My Bloody Valentine을 중심으로 파생되어 온갖 마이너한 장르적 실험을 다 시도한 서양의 슈게이즈 씬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Supercar가 다행히도(?) Ride의 슈게이즈 풍을 수입해서 대박을 친 덕분에 장르의 흐름이 완전히 다른 식으로 분화하였다. 물론 일본에도 My Bloody Valentine 같은 슈게이즈 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Supercar의 유산을 물려받아 캐치하고 얼터너티브한 성향을 강조하려는 경향성이 짙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슈게이즈 씬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이모(Emo), 과하면 포스트-하드코어 적인 성향을 띠면서 감정 과부하가 걸린 소음공해형 앨범들을 찍어내는 것으로 잠재적 합의가 된 듯하다. 슈게이즈 특유의 사운드는 잘 사용하면 Slowdive의 'Alison'과 같이 몽롱함과 함께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지만 대부분은 그럴 능력이 안 되기에, 그 부족함을 이모(Emo)로부터 빌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FTH는 이런 장르적 대세와 유사하게 '청춘과 추억'이라는 주제 코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이모는커녕 중후기 Supercar를 계승한 지극히 얼터너티브 / J-Pop적인 방향성을 지향한다. 사실 이러한 점이 다른 밴드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FTH만의 음악적 낭만이자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본 리뷰에서 다룰 2집 <he(r)art>는, 그들의 전작인 1집 <Film Bleu> 뿐만 아니라 일본 슈게이즈씬 전반에서 자주 보이는 다소 진부한 파스텔톤 감성에서 벗어나, M83의 <Hurry Up, We're Dreaming>과 비슷하게 도시적인 몽환에 초점을 맞춘 앨범이다. FTH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이 앨범은, Supercar 만큼이나 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준 The 1975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앨범이다. 대표적으로 '放物線(포물선)' 같은 곡은 The 1975의 'The City'의 재치있는 해석으로, FTH가 해외의 곡들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자신들의 음악에 접목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he(r)art>는 The 1975 느낌의 신스 사운드를 교묘하게 왜곡한 뒤, 그 위에 몽환적인 노이즈와 도시적인 일본식 감성을 잔뜩 올린 앨범으로써, FTH 특유의 독특한 사운드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앨범이다. 하지만 이런 FTH의 장르적 낭만과 독특한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다뤄보기로 하고, 본 리뷰에서는 FTH가 활용하는 ‘청춘과 추억’이라는 주제 코드와 <he(r)art>의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FTH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관통하는 이 '청춘과 추억'이라는 주제 코드부터 간략하게 살펴보자. 공교롭게도 FTH의 이런 청춘과 추억에 대한 주제의식은 한국 인디씬에서도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he(r)art>를 구성하는 감성코드와 가장 가까운 예시를 뽑으라면 파란노을의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의 경우 -6교시, 분식집의 콜팝, 노는 토요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90년대 생의 초등학생 시절에 타겟팅 된 추억을 대변한다. 그에 비해 FTH는 -폴라로이드 사진, VHS 홈비디오, 카세트테이프, 라디오와 같이- 보다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단어들을 통해 그것이 가진 아련함에 대한 이미지를 앨범에서 그려낸다. 이처럼 FTH는 앨범 컨셉 구성 및 작사에 있어서 폴라로이드, 홈비디오 등 과거의 시각 기록 매체들에 대한 요소들을 많이 차용한다. 이는 과거의 노스텔지어를 쉽게 불러옴과 동시에, 이런 기록 매체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귀로 앨범을 들을 때도 어떤 기억이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유도하는 의도된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이다. 즉 FTH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빛바랜 기억으로부터 연상되는 그 특유의 감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데 음악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FTH는 그들의 모든 앨범에서 독특한 오프닝 로고송으로 시작하는 특유의 ‘시네마틱’한 앨범 구성과 '청춘과 추억'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형 가사를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금 다루고 있는 2집 <he(r)art>는, FTH 특유의 그 지독한 컨셉 스토리텔링과 영화적인 앨범 구성이 완벽하게 빛을 발한 앨범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he(r)art>의 시네마틱한 구성은 첫 트랙인 'Opening Logo'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흔히 영화가 제작사의 오프닝 로고로 시작하는 것처럼 <he(r)art> 역시 그 지독한 시네마틱 컨셉을 따라, 진짜 로고송으로 시작하여 리스너의 귀를 집중시킨다. 이런 로고송 시작이 특이할 수는 있지만, <he(r)art>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주제와 감상 코드를 알기 위해서는, 바로 이어지는 2번 트랙 'Theme for “he(r)art”'를 좀 더 눈여겨보아야 한다.
君に出会った
너를 만났다
幻でもなく間違いでもなくたしかに
환상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고 분명히
「東京」と名づけてみたこんな1200万の孤独の群れのただなかで
'도쿄'라고 이름 붙여진 1200만의 고독의 무리 속에서
[중략]
求めてるのは ハートだけ
바라는 것은 Heart 뿐
差し出せるのは アートだけ
내밀 수 있는 것은 Art 뿐
-Theme for "he(r)art" 가사 中-
이 트랙은 이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he(r)art>라는 앨범 전체의 테마를 마치 영화 예고편처럼 압축적으로 리스너에게 전달한다. 그중에서도 본 리뷰에서는 위 가사의 ‘도쿄’라는 지리적 배경과 Heart-Art 나아가 제목인 he(r)art로 이어지는 마지막 대구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볼 것이다. 그럼 먼저 앨범의 주무대이자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도쿄'라는 공간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시티팝 / Vaporwave / Future Funk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 장르들이지만 이를 언급한 이유는, 각종 유튜브와 밈 등으로 재생산된 덕분에 이제는 그 구분을 따지기도 어지러운, 하나의 공통분모처럼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표현하는 일본의 이미지는 -'밝고 새파란 낮'과 '보랏빛 네온사인이 비추는 밤'-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 FTH는 이 두 이미지를 각각 1집 <Film Bleu>와 2집 <he(r)art> 두 앨범으로 치환하여 완벽하게 대비시켰다. 그 중 <he(r)art>가 상징하는 '도쿄의 밤'에 대응하는 도시적이면서도 어스름한 시티팝적 이미지는 -슈게이즈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버브, 노이즈 등이 가미되면서 사운드적으로 왜곡되고 뒤틀린 채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런 공간적인 심상에 대한 사운드 왜곡은, FTH의 모든 작사/작곡을 담당하는 夏bot의 '힙스터적인 심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우선 夏bot은 최근 유행을 타고 재생산되는 시티팝과 그 유사 마이너 카피캣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자주 언급해 왔다. 夏bot의 이런 비판은, 시티팝이 표현하는 80년대의 버블과 거기서 파생된 도시적 화려함, 여유로움에 대한 묘사가 지금의 도쿄/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점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Theme for “he(r)art”'의 가사로써도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東京」と名づけてみたこんな1200万の孤独の群れのただなかで
'도쿄'라고 이름 붙여진 1200만의 고독의 무리 속에서
즉, <he(r)art>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도쿄는, 시티팝과 같은 화려한 네온사인이 비추는 밤거리가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도시적 외로움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夏bot과 FTH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겉으로는 어딘가 시티팝스러운 멜로디를 따라가긴 하지만 슈게이즈의 문법으로 교묘하게 왜곡된 사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의도된 사운드적 모호성으로 인해 리스너는 앨범 내내 뚜렷한 공간적 심상을 떠올리는 것을 방해받고, 결과적으로 기존에 생각하는 '시티팝적인 도쿄 이미지'는 철저하게 파괴된 채로 전달된다. 나아가 <he(r)art>는 이런 사운드로 묘사되는 도쿄라는 배경 위에 'Theme for “he(r)art”'의 마지막 대구로부터 확장되는 앨범명과 가사를 올려 도시의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求めてるのは ハートだけ / 差し出せるのは アートだけ
바라는 것은 Heart 뿐 / 내밀 수 있는 것은 Art 뿐
'Theme for “he(r)art”'의 위 가사처럼 도쿄에서 누구나 원하는 것은 'Heart' 이지만, 이는 그(He) 혹은 그녀(Her) 혼자서는 절대 이뤄낼 수 없다. 하지만 이 도쿄라는 배경은 철저한 고독의 공간이므로,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반쪽짜리 'Art' 밖에 내밀 수 없다. 그렇기에 이 가사의 키워드인 'Heart'를 확장하여 He와 Her, Heart를 교묘하게 섞어낸 <he(r)art>라는 앨범명이야말로, '한때의 과거'로 대표되는 화려한 도시의 가면을 쓴 채 뒤로는 고독을 선택해버린, '지금의 청춘'에 대한 압축된 묘사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he(r)art>는 '카메라'(특히 폴라로이드)와 '빛'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해 이 같은 묘사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에 대한 흔적은 'Ghost Town Polaroids', 'A Day in November', 'Halation'과 같은 트랙에서 사진과 관련된 제목, 가사 혹은 사운드 효과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카메라-사진-액자-영화, 빛(그림자)-광선-네온사인-별 등으로 그 은유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표현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이런 대구와 매개체를 활용한 묘사는, 도쿄의 고독한 청춘이 He/Her를 만나 자신의 반쪽짜리 'Art'를 'Heart'로 완성시키고자 한다는 <he(r)art>의 스토리라인의 중심이 된다.
이런 <he(r)art>의 스토리라인은, 지독한 컨셉 앨범답게 청춘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인 ‘일방적인 짝사랑’을 사용해 표현된다. 이 러브 스토리의 시작은 앞서 본 'Theme for “he(r)art”'의 가사처럼, 주인공(앨범 내에서 특별하게 지칭되지는 않음)이 우연히 도쿄에서 만나게 되는 너(君-きみ)를 보자마자 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들에서 아래와 같은 가사들을 통해, 주인공의 일방적인 사랑에 대한 스토리와 감정을 엿볼 수 있다.
ピント外れの幻でも / 愛してるから
핀트가 빗나간 환상이라도 / 사랑하니까
-Floor 가사 中-
君しか知らないわたしを教えて
너 밖에 모르는 나를 가르쳐줘
-アフターダーク(After Dark) 가사 中-
「好きな花を選び取っても、そこには永遠はないの」と笑う / そんな君を永遠にしたくて
‘좋아하는 꽃을 고르더라도, 영원하지는 않아’라며 웃는 / 그런 너를 영원하게 하고 싶어서
-Leica Daydream 가사 中-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사랑에도 불구하고 청춘영화의 클리셰처럼, <he(r)art>의 주인공은 그 짝사랑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예상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앨범의 스토리 역시 8번 트랙 '指先記憶装置'를 지나면서, 사랑에 실패해 주인공이 괴로워하는 내용으로 전환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초반부가 아닌 중반부 트랙인 10번 트랙인 'Ghost Town Polaroids'가 되어서야 겨우 이 앨범의 배경 시간대와 주인공의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해당 트랙에서 "1991년의 사진"과 "지금은 1999년" 이라는 가사를 통해 사랑에 실패한 상황은 이미 8년 전의 기억임이 드러난다. 이와 더불어 "페퍼민트색 스커트가 흔들리는 너"라는 가사로 앨범 내에서 따로 특징 되지 않던 주인공의 성별이 남자일 것으로 추정 가능한데, 8년 동안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도 참 지독한 순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8년 뒤의 시점으로 전환된 <he(r)art>의 스토리라인은 12번 트랙 'A Day in November'에서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이한다. 주인공의 이 지독한 순정은 결국 8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점점 식어 아련한 추억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he(r)art>는 이러한 스토리 전환이 일어나는 주요 지점에 '指先記憶装置', 'A Day in November' 두 가사 없는 연주곡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리스너가 앨범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엇보다도 이 두 곡 모두 앨범의 주요 감정 매개체인 '카메라'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첫 전환점에서 사용되는 '指先記憶装置'는 한자 그대로 손끝 기억 장치, 즉 '카메라'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다. 앞서 주인공은 'Leica Daydream'으로 대표되는 초반부의 스토리에서 꾸준히 '사진'이라는 형태로 그 사랑의 흔적을 남겨온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쟁취하는데 실패하면서, 사진만 남은 채 그저 하나의 씁쓸한 기억이 되어버린 그 감정을, 손끝 기억 장치라는 비유적인 제목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A Day in November'에서는 주인공이 사랑의 실패를 기억 속에 묻었음에도 사진을 볼 때마다 여전히 그리워한다는 점을, 카메라 셔터 효과음을 사용함으로써 표현한다. 이렇게 사용되는 카메라라는 감정 매개체는, 앞서 언급했던 FTH의 모든 앨범 기저에 깔려있는 '추억과 향수'에 대한 주제 코드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렇게 'A Day in November'를 통해 다시 한번 전환된 앨범 후반부의 스토리는, 결국 아래의 '放物線' 가사처럼 괴로워하던 주인공이 그냥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긴 채 돌아서고, 마지막 트랙 'Halation'에서 사이다 한 병을 들이키며 빛바랜 그리움을 추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流れるためだけに時間は存在するよ / この街はいつでもそんなふうでしょう
흐르기 위해서 시간은 존재해 / 이 거리는 언제나 이런 식이지
이러한 결말부의 스토리라인은 한편으로 익숙한 Green Day의 <American Idiot> 마지막 전개를 떠올리게 한다. <American Idiot>의 ‘Letterbomb - Homecoming – Whatsername’으로 이어지는 현실자각 - 회귀 - 그리움의 회상이라는 구성은, <he(r)art>에서는 ‘Teen Flick - Tokyo Will Find You - Halation’으로 비슷하게 전개된다. 다만 <American Idiot>에서는 주인공을 정신 차리게 하는 충고(Letterbomb)가 타인(사랑하는 사람/Whatsername)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he(r)art>에서는 ‘Teen Flick’의 아래 가사처럼 주인공 스스로 자각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嘘っぱちだったあの青い恋の映画は / 月日を無為な憧れに溶かしてしまった
거짓말이었던 그 푸른 사랑의 영화는 / 세월을 부질없는 동경으로 녹여버렸다
결말부의 가사 맥락상 주인공의 사랑은 배신과 거짓말로 끝난 것으로 보이기에, 본작의 러브 스토리는 마냥 아련한 청춘영화식 엔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화려한 낭만 뒤에 숨겨져 있던 지극히 현실적인 지금의 도쿄를 비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Heart'를 차지하기 위해 카메라와 사진으로, 플래시와 네온사인으로 고독한 도쿄의 밤을 불태웠던 청춘의 기억은, 미완의 'Art'이자 한때의 그리움으로 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he(r)art>는 지독할 정도로 영화적인 구성과 스토리텔링을 따라감으로써 '추억과 청춘'에 대한 주제를 묘사하고, '카메라'로 대표되는 가사 매개체를 통해 리스너가 더 쉽고 빠르게 앨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도적으로 왜곡된 모호한 유사-시티팝 사운드는, 앨범의 배경인 도쿄라는 도시의 이면을 드러내어 청춘의 고독과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감정을 증폭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특이한 요소들 덕분에, <he(r)art>는 최근 일본 슈게이즈 씬에서 가장 매력적인 앨범 중 하나이자 For Tracy Hyde 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he(r)art>의 주인공처럼 반쪽 Heart를 들고 방황하는 지금 우리의 렌즈는, 빛바랜 과거와 고독한 현재 속에서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애매함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미완의 Art를 위해.
For Tracy Hyde - <he(r)art>
+ 여담이지만 <he(r)art>에서 그려진 이런 시티팝 뒤틀기와 도시적 이면에 대한 주제는 다음 앨범까지 이어져 <New Young City>라는 앨범명과 함께 비로소 완결되게 된다. 여기서 이 <New Young City>라는 제목이 바로, Supercar의 동명의 곡에 대한 오마주와 존경의 표시이자 City Pop의 'City'에서 글자를 따온, 완전히 새로운 도시에 대한 For Tracy Hyde의 대답인 것이다.
+ 카메라, 사진과 관련된 표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곡은 다음과 같다.
Echo Park - 렌즈, 액자
Leica Daydream - Leica (독일의 카메라 제조사)
Ghost Town Polaroids - 폴라로이드
Frozen Beach - Holga (필름 카메라)
A Day in November - 카메라 셔터 효과음
Teen Flick - 렌즈
Halation - Halation (빛 번짐을 이용하는 촬영 기법)
<Track List>
1. Opening Logo (FTH Entertainment)
2. Theme For "He(r)art"
3. Floor ★
4. Echo Park
5. アフターダーク
6. Dedication
7. Leica Daydream
8. 指先記憶装置
9. Underwater Girl
10. Ghost Town Polaroids ★
11. Frozen Beach
12. A Day in November
13. 放物線 ★
14. Just For A Night
15. Teen Flick ★
16. Tokyo Will Find You
17. Hal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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